갤러리 GALLERY
뮤지엄헤드
MUSEUMHEAD
일정 DATES
2026-08-29 — 2026-10-03
위치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4-3
도시 CITY
서울
전시 소개 ABOUT THE EXHIBITION
《안은미조각쑈》는 말 그대로 안은미의 조각 개인전이다. 63세의 신인 조각가로서 치르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1986년 신인상으로 데뷔했던 현대무용가는 거의 40년 만에 다시 ‘신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력이 먼저 오고 데뷔가 나중에 오는 전도된 수순—원래 그것이었음이 뒤늦게 인정되는, 강신무 입무 서사의 현현(顯現) 형식이다. 2024년 베니스 산자코모의 〈핑키핑키굿〉에서 ‘신인 조각가 선언’과 꼭두 조각을 선보였고, 올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의 대규모 조각 설치가 그 뒤를 이었다.
전시의 사물들은 장례용품 목록을 닮았다. 지전(紙錢), 꼭두, 매안(埋安)—삶과 죽음 사이를 매개하는 경계의 사물들이다. 무덤 연작(1993-1998)부터 30년 넘게 탐구해온 문법의 물질화이고, 그 문법의 목적어는 언제나 삶(과 죽음)이다. 안은미는 자신의 예술을 불확실성으로 안무되는 만남의 장치, ‘상호조우체(Encounterface)’로 규정한다. 여기서 조각은 완결된 물체가 아니라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태다.
1993년 〈달거리〉의 거즈천 옷은 2024년 유령이 오가는 지전 장막이 됐고, 지난 5월 광주에서는 굿패와 관객이 함께 장막을 넘나들었다. 이번에는 유령마저 사라진다. 마당 거울못 위에 18겹의 지전 벽이 서고, 깨진 그릇과 거울의 파편을 결속한 징검돌(〈Please Come Walk With Us〉)을 건너며 ‘전달-매개자(Conduit-Mediator)’의 자리를 잇는 것은 관객의 두 발이다. 광주의 굿에서 거대한 붓으로 긋고 물로 씻어낸 100미터의 천은 통나무에 감기고 지전의 머리를 얹어 토템으로 거듭났고(〈산다선다굿굿〉), 아홉 그루 옷걸이-나무는 서로 묶여 열 번째 몸을 발생시키고(〈서낭서낭〉), 천 개의 꼭두가 3단 매안에 안치된다(〈플리즈헬프미〉).
전시 36일 중 예고 없는 18일, 작가는 직접 필묵무(筆墨舞)를 수행해 무흔도(舞痕圖)를 남긴다. 열여덟 번의 일회적 쑈가 켜켜이 쌓여 ‘조각’이 되는 셈이다.
안은미의 수행적 조각은 서구 신유물론의 전회를 예시하는 것이 아니라, 굿과 무속의 오래된 관계적 문법을 동시대의 재료 위에 다시 쓰는 일이다. 죽음의 의례에서 빌려온 사물들로 삶의 축제를 여는 이 공명장에서, 관객 한 명 한 명은, 구경꾼이 아니라 돌을 건너고 꼭두 사이를 걷는 전달-매개자로 초대된다. 이 오래된 신진과 여러분의 앞날은 장차 어떤 인연의 그물을 직조해낼까?
— 이정우-임우근준 (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메타-드라마터그)의 「춤이 조각을 불러세우는 까닭 – 신인 조각가 안은미의 첫 개인전에 부쳐」 축약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