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GALLERY
눈 컨템포러리
Noon Contemporary
일정 DATES
2026-07-08 — 2026-08-09
위치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72
도시 CITY
서울
전시 소개 ABOUT THE EXHIBITION
사 이 In-Between
전시는 작품을 한데 모아 놓는 일이지만, 동시에 작품과 작품 사이에 하나의 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각각의 작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공간 안에 놓이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보이고, 관람자의 시선 또한 그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이동한다.
《사이》는 관계를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려는 전시가 아니다. 무엇과 무엇 사이를 특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것들이 같은 공간 안에 머물며 만들어내는 상태에 주목한다. '사이'는 대상을 연결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각각의 존재가 서로를 하나의 의미로 환원하지 않은 채 머무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종은 전시 전 공간에 머물며 그곳의 조건을 살피고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장소를 깊이 이해한 뒤 만들어진 작업들은 전시장 안에서 공간과 만난다. 가는 쇠막대와 나무판, 아크릴 관과 LED 조명, 구리선, 낚싯줄, 구슬과 비즈 등 다양한 물성의 재료들이 만드는 간결한 선과 면은 비어 있는 공간 위에 새로운 구조를 세우지만, 그 구조는 공간을 압도하거나 점유하기보다 오히려 그 안에 이미 존재하던 빛과 공기, 건축적 질서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장소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그때마다 다른 모습을 갖는다.
에이메이 카네야마의 회화 또한 무언가를 선명하게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화면 위에 겹겹이 쌓이는 색과 붓질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기억이나 일상의 파편적인 감각들을 어렴풋이 소환하지만, 결코 특정한 대상이나 맥락을 정조준하여 겨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완전한 추상도, 명확한 구상도 아닌 경계의 모호한 상태로 남는다. 작가는 캔버스 틀을 짜고 젯소를 바르는 과정 대신, 벽에 캔버스 원단을 타커(tacker)로 박아 놓은 후 오랜 시간 바라보고 응시하며 작업을 이어간다. 작업이 다 그려진 후에 이루어지는 나무 프레임과의 결합은 본래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선택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프레임과 못이라는 물질이 개입하고 벽에 박혀 있던 타커 자국이 화면 가장자리에 그대로 보여지며, 이전과 다른 미묘한 감각의 변화와 회화의 물질성이 드러나게 된다. 작가에게 회화는 완결된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규정할 수 없는 어느 지점의 감각들을 화면에 스며들게 하고 이를 우연히 마주하는 일에 가깝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닮지 않았다. 사용하는 매체도, 작업이 전개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 차이를 좁히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두 작업이 각자의 거리를 유지한 채 하나의 공간에 놓일 때, 작품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험된다. 시선은 하나의 작품 안에 머물지 않고 작품과 작품 사이를 오가며, 그 이동 속에서 전시는 비로소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사이'는 비어 있는 틈이 아니다. 하나의 의미가 아직 굳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서로 다른 감각들이 잠시 함께 머무는 자리이다. 이 전시는 그 자리를 설명하기보다, 관람자가 자신의 시선으로 천천히 경험해 보기를 제안한다.
자료 출처: 눈 컨템포러리
전시전경: 눈 컨템포러리
Installation View: Noon Contempo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