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ABOUT THE EXHIBITION
리안갤러리 대구는 2026년 6월 25일부터 7월 25일까지, 신축 공간의 개관을 알리는 첫 번째 전시로 이광호의 개인전 《Initial End(처음의 끝)》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시작(Initial)에서 끝(End)으로 향하는 직선적이고 단편적인 행보를 부정하며, 그 사이의 아득한 간극을 끈질기게 메워 나가는 작가의 수행적 여정을 가시화한다. 단순히 무언가를 제작하는 공정을 넘어, 선을 반복적으로 엮고 짜는 행위는 작가의 몸이 기억하는 리듬이자 철저한 수행의 과정 그 자체이다.
이광호에게 선(#분)'은 정교한 설계도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육체를 형성하듯 본능적으로 뻗어 나가는 유기적 생명선이다. 그는 현대적 재료를 원시적이고 고전적인 수공의 방식으로 다루며, 차가운 물성에 고유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전선 안의 구리선은 밖으로 드러나 강인한 구조의 뼈대를 구축하고, 구리판 위에서 녹아내린 칠보는 예민한 피부가 되어 그 자체의 물성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재료를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하기보다, 그 물리적 저항을 자신의 신체로 직접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한다. 재료의 완강한 고집을 자신의 호흡으로 다독이는 반복적인 매듭의 시간, 그 사물의 표면에 고스란히 남겨진 시간의 궤적이야말로 그 어떤 기교보다 정직한 이광호만의 대체 불가능한 조형 언어다.
전시명 《Initial End》는 시작과 끝이 서로를 맞물고 순환하는 '우로보로스의 역설을 상징한다. 작가에게 작업 과정에서의 단절'은 소멸이나 결핍이 아닌, 선의 단면을 다시 잇기 위해 매일 마주해야 하는 필수적인 통과 의례이다. 매일의 작업 속에서 자신을 자르고 다시 잇기를 반복하는 수행의 결과물들은 용도라는 기능적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공간을 압도하는 조각적 설치물부터 평면 위를 유영하는 회화적 변주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고정된 정의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의미를 확장한다.
뜨거운 가마 속에서 금속의 표면이 산화되어 벗겨짐에도 불구하고, 그 허물 아래 새로운 표면을 생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은 사회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하며 스스로의 실존을 지켜내려는 작가 자신의 투명한 초상이다. 강해 보이지만 실은 유연하고 무른 금속의 속성은,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작가의 실존적 고백과 맞닿아 있다. 치열하게 매듭지어진 시간의 결정체들은 작가의 부재를 대신하여 공간을 채우는 능동적인 매개체가 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수행적 시간의 밀도를 함께 호흡하게 한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채운 이 매듭들 사이에서, 금속의 단단함 이면에 숨겨진 '무른 떨림'과 그 틈새에 고인 '수행적 시간의 밀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시 《Initial End》는 우리가 끝이라고 믿었던 모든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정직한 과정의 연속이었는지를 증명하는, 이광호의 본능적인 기록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맞이하는 이 마침표는 결코 멈춤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흐름의 한복판에서 다시 시작되는, 가장 정직한 다음 페이지를 향한 선언이다.
About the Artist
이광호(1981)는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한 이후 공예와 조각,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작가다. 그는 일상적인 재료와 전통적 공예 기법을 결합해 물질의 구조와 감각을 새롭게 탐구하며, 동시대 한국 공예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가로 평가받는다. 초기에는 정원용 호스, 전선, 로프 등을 엮고 꼬아 기능과 조형 사이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금속과 칠보, 직조 기법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특히 '짜임'이라는 구조적 언어를 중심으로 재료의 물성과 시간성을 드러내며, 전통 공예의 기술을 현대 조각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료 출처: 리안갤러리
이미지: 리안갤러리
Leeahn Gallery Daegu is opening the doors to its brand-new space and, as its inaugural journey, is proud to present a solo exhibition by artist Kwangho Lee.
Moving beyond the simplistic and fragmented boundaries of the "Initial" and the "End", we invite you to experience the artist's performative journey as he relentlessly fills the vast gap that lies between them.
Press Release: Leeahn Gallery
Image: Leeahn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