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ABOUT THE EXHIBITION
디아컨템포러리는 2026년 7월 4일부터 7월 25일까지 방정아, 이샛별, 서원미, 박소영이 참여하는 그룹전 《PROTAGONIST》를 개최한다.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는 흔히 '주인공'으로 번역되지만, 본래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서사의 흐름을 이끄는 중심적 존재를 의미한다. 오늘날 회화에서 프로타고니스트는 반드시 한 사람의 인물일 필요는 없다. 하나의 몸짓, 사물, 풍경, 기억, 혹은 관계의 흔적 역시 화면 안에서 서사를 발생시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속에서 누가, 혹은 무엇이 이야기를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네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회화적 언어를 통해 존재와 관계, 기억과 감정, 사회와 문화가 교차하는 장면을 펼쳐 보인다. 이들의 화면은 하나의 명확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감각이 중첩되는 공간을 형성하며, 관람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호출하고 새로운 서사를 구성하게 된다. 회화는 더 이상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제시하는 매체가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관계를 생성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방정아(B.1968)는 동시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특유의 회화적 리듬으로 풀어낸다. 화면 속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인물과 사물, 풍경이 뒤섞여 등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구조와 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질, 유머와 풍자가 공존하는 그의 회화는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적 현실과 공동체의 풍경을 비춘다. 그의 인물들은 특정 개인을 재현하기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존재로 기능하며, 화면 전체의 서사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이샛별(B.1970)은 최근 연작 「기슭(Shore)」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는 경계의 공간을 탐구한다. 작가에게 기슭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 인간과 비인간, 기억과 현재가 서로를 침범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전이의 장소이다. 화면 속 존재들은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은 채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과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한다. 이샛별의 회화는 하나의 서사를 완성하기보다 경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연결, 그리고 공존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서원미(B.1990)는 기억과 상상, 심리적 풍경이 교차하는 회화를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언어 이전의 감각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흐름에 주목한다. 죽음과 불안, 상실과 같은 근원적 감정에서 출발한 화면은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기억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최근에는 자연과 시간의 순환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며, 형상은 더욱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해체된다. 그의 회화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기억이 현재의 감각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박소영(B.1995)은 한국 민속미술과 전통문화에서 출발한 시각적 언어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Schrank Series」에서 캐비닛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기억과 문화, 신화와 개인의 경험이 축적되는 장소이며, 화면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주체로 작동한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는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상징과 조형 언어를 병치하고 재해석하는 그의 작업은 문화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번역되고 변형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에서 프로타고니스트는 인물이 아니라 사물과 상징,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이다.
《PROTAGONIST》는 회화 속 존재를 단순한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화면 안의 인물과 사물, 풍경과 흔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관계를 생성하며, 관람자의 경험과 만나 또 다른 서사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네 명의 작가가 구축한 회화적 세계를 통해 오늘날 회화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누구를 혹은 무엇을 그 이야기의 주체로 호명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회화는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타고니스트를 탄생시키는 열린 서사의 장으로 우리 앞에 놓인다.
자료 출처: 디아컨템포러리
이미지: 디아컨템포러리
Participating Artists
Bang Jeong A, Park Soyoung, Seo Wonmi, Li Setbyul
Image: DIA Contempo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