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GALLERY
눈 컨템포러리
Noon Contemporary
일정 DATES
2026-08-20 — 2026-09-20
위치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72
도시 CITY
서울
전시 소개 ABOUT THE EXHIBITION
Sounding is not the act of finding what lies beneath, but of imagining it.
보이지 않는 곳을 생각한다.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숲 너머로 무엇이 이어지는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지. 눈앞에 있는 것은 언제나 세계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얼마간의 표면이고, 그 아래와 뒤편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다.
장재민은 오래도록 그런 풍경을 그려왔다. 숲과 물, 길과 바위. 밤의 저수지와 바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서 자연은 한 번도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위에서 바라보던 장면은 어느 순간 아래에서 올려다본 풍경이 된다. 나무와 물은 방향을 잃고,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가져온 시간들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풍경의 모습은 조금씩 흔들린다.
제주로 거처를 옮긴 이후 그 흔들림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전시《Bottoms Up》에서 장재민은 캔버스를 돌리고 뒤집으며 그림을 그렸다. 위와 아래를 바꾸고, 하나의 방향에 머물지 않으며, 풍경을 풍경으로 알아보게 만드는 익숙한 질서를 잠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뒤집힌 화면에서는 무엇이 하늘이고 무엇이 땅인지,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질서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질서가 생겨났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쌓인 붓질과 색, 기억과 장면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다시 얽혔다.
전시《Sounding》은 그 변화 이후의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미 한 번 뒤집힌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일. 이번에는 무엇이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는지를 묻기보다, 그 안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더듬는다. 장재민의 화면에는 여전히 숲과 물이 있고, 익숙한 자연의 형상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빛과 어둠, 소리와 냄새, 습도와 움직임, 기억과 현재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눈으로 본 풍경은 다른 감각의 기억과 만나고, 한 장소에서의 시간이 다른 장소의 시간과 포개어진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현실을 닮았으면서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나무 사이로 길이 보이고, 물은 땅처럼 깊어지며, 멀리 있던 것이 어느 순간 바로 앞에 놓인다. 어떤 장면은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끝내 그곳의 이름을 떠올릴 수 없다. 익숙함과 낯섦이 한 자리에 머문다.
그림 앞에서 우리는 잠시 방향을 잃는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눈은 다른 감각을 찾는다. 소리를 떠올리고, 공기의 습도를 상상하고, 몸이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화면 안의 거리를 가늠한다. 보지 못한 것들은 다른 감각의 형태로 돌아온다. 장재민의 풍경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Sounding’은 깊이를 재는 일이다. 그러나 그 깊이를 완전히 알아내는 일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바닥에 무언가를 내려 보내고, 아주 작은 접촉과 흔들림을 통해 그 아래에 있을 세계를 짐작하는 일이다. 장재민의 회화도 그러하다. 그는 세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의 시점으로 완성하지도 않는다. 대신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풍경과 서로 다른 시간의 기억, 몸에 남은 감각들을 화면에 쌓아놓는다. 우리는 그 흔적 사이를 천천히 지나며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한다.
어쩌면 풍경을 본다는 것은 처음부터 그런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일부이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 남아 있다. 그 빈 곳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Sounding》에서 장재민의 세계는 그렇게 완성되지 않은 채 열린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 것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는 세계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
이미지: 장재민, 붉은 안쪽,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