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GALLERY
낙원 405
Nagwon 405
일정 DATES
2026-08-25 — 2026-09-19
위치 LOCATION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상가, 4F
도시 CITY
서울
전시 소개 ABOUT THE EXHIBITION
기획: 큐레토리얼 콜렉티브 AS(문혜인, 조현아)
작가: 사리나 사타폰, 나타샤 톤테이
'첩보'라는 단어가 당신의 내면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짐작건대, 첩보는 풍광 밑에 숨은 뜻을 독해하며 물리적 이동과 긴박한 충돌을 감내하는 행위로 그려질 것이다. 당신이 방금 머릿속에서 재생한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는가, 영미권 소설의 가지로부터? 1955년 '제삼의 입장'을 피력했던 남동아시아의 역사적 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임무의 험난함을 부각하는 배경으로 전용해 온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부터? 악당을 제거하거나 함정을 우회하는 공작으로 남성적 완력을 미화하는 표상의 재생산은 이렇게 '첩보'의 이미지를 이루어 왔다.
하지만 실제의 첩보는 영원처럼 긴 시간을 요구하는, 친밀함(intimacy)과 이해(interpret) 사이의 불안정함(insecure)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진행된다. 그 성공 여부는 은폐된 의미를 사고하고, 힘의 역학에 관한 정보를 건져내는 몸과 말에 달렸다. 신뢰하기 어려운 번역의 경로에 의지하고, 비언어적 요소를 감지하는 일에 따르는 것은 명쾌한 보상이 아니라 자기 의심에서 비롯된 정동이다. 《세 번째 언어: 첩보, 이동, 적도에서》는 초국가적인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남한, 그 섬의 중심이 되는 서울에서 남동을 이루는 육체와 지각을 받아들이기 위한 규칙과 명제를 만드는 장소로 설계되었다. 자신의 선택을 둘러싼 지난한 읽기와 말하기, 육체와 노동의 연결이 숨어든 제삼의 환경에서, 나타샤 톤테이(Natasha Tontey)와 사리나 사타폰(Sareena Sattapon)은 화자로서 습하고 무더운 도시 한가운데에서 지속되는 첩보의 실제를 끌어내는 작품을 제시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작업해온 나타샤 톤테이의 〈해충에서 세력으로〉와 〈해충에서 세력으로 / 하마 멤버르카티(해충의 축복) 리딩 퍼포먼스〉는 역사적 연설과 대중문화, 정보 과잉의 웹 환경에 떠도는 언어를 해충으로 치부되어온 이종의 모습으로 전한다. 이상 실현을 위해 공모하는 바퀴벌레의 담화를 낭송하고 그에게 질문하는 인간의 몸짓은 저개발과 도시 주변부로 몰린 공동체의 시지각적 물성을 관능적으로 기록한다. 한편 태국에서 성장해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리나 사타폰의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만난 모든 이들〉은 대도시의 유리창이 반사하지 못하는 노동자로서의 감각과 영어‧일본어‧태국어로 사고하는 개인의 이동을 거울상으로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한다. 동시에 작가는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도망하지만, 작품은 영상이 재생되는 모니터 앞에 당도한 이들이 그 자신의 얼굴을 직시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두 작가의 작품에서 다중 언어로 누설되는 정보는 무한한 화이트 노이즈의 조건에서 그 자신의 길을 찾는 개인적 작전 수행의 실마리로 작동한다. 각 영상은 주체가 자신 안에서 길을 잃고 타자 또는 타국의 언어로 속내를 드러내는 과정을 다면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도 연결된다. 남‧동아시아에서 지속되는 창작과 작업은 이렇게 기성의 문화가 재생산한 첩보의 형상과는 거리가 먼, 세계 간 이동 가능성을 가늠하고 초국가적 자본주의로부터 개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생애 전반의 기획이다. 열대 기후 위에 세워진 새 건물의 냉기를 들이키는 대가로 먹고사는 생활의 경험이든, 그 건물에서 퇴출당한 존재를 공공연하게 끌어들여 공동체의 전언을 알리든, 이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앎에 타인을 끌어들이는 공작 행위다.
공간 중앙에는 '열대의 서가'가 놓였다. 포진된 도서와 자료는 각각의 키워드 위에 포개어지는 동시에, 관람자의 참여로 고정된 정의를 벗어나게 된다. 그들의 이동은 '축적의 문법' 안에서 적도 근처에서 겨우 땀을 말리며 쓰고 말하고 밤새우는 정보원들의 기록을 유동하게 한다. 이는 단어에서 단어로, 실제로 서울의 남서쪽에 위치한 '남동'으로부터 '동남'으로,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실현한 첩보의 방법을 묶어갈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책자를 놓고, 건네고, 교환하는 데에서 비롯한 문법이 하나의 '참'을 뽑아내려는 고착된 규칙을 넘어, '세 번째 언어'를 가능하게 만드는 계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권력과 기록 사이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수고스러운 움직임이 쌓일수록 한 칸의 빈자리에 세 번째 언어가 채워지기를. 책과 말의 이동을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당신이 보고자 하는 것, 마음에 품은 질문의 답이 당도하기를.
Curated by AS (Hayn Moon, Hyunah Jo)
Participating Artists: Natasha Tontey, Sareena Sattapon